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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라

 이노우에 다쓰히코, 옮김 김준균

출판 SEEDPAPER


알맹이 이야기

기술과 과학이 오래도록 축적되다보니 이제 독창성이라는 건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 축적된 것들을 얼마나 경우에 맞게 바꿔오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겟죠.

그래서 어떤 분야에서든 모방이 정말 중요하게 되었어요. 물론 모방과 표절은 간극이 있고, 특히 예술 분야에서 두 개념의 차이를 똑바로 구별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건 또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


이 책에서는 경영학에서 다루는 모방에 대한 개념과 방법론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책을 읽다보면 일본도서의 번역서임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꼼꼼한 개념 정의와 정리가 책을 무척 수월하게 읽게 해줍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 외에 장점이 참 많은 책이에요.

우선 성공한 모방에 대한 사례분석이 풍부합니다. 스타벅스와 도토루, 도요타, 구몬, 닌텐도 등 일본에 조금 편향되어 있긴 하지만 성공한 모방사례가 많은 건 분명히 이 책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내용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정말 깔끔하게 잘만들었어요. 활자의 자간이나 행간 여백, 중간 챕터의 구분과 디자인이 단순하고 보기 쉬워요. 특히 도형그래픽과 도표가 매우 깔끔해서, 책을 읽는 내내 책 내용보다는 책 자체를 정말 잘 만들었구나하는 감탄이 나왔어요. 이런 느낌은 픽사이야기1) 이후 처음이네요.

또한 풍부한 사례만큼 꼼꼼하게 작성한, 그리고 아주 읽어볼만한 다양한 레퍼런스2)도 이 책이 가지는 강점 중에 하나입니다.


옆으로 잠깐 이야기가 샜는데, 장점만큼 아쉬운 점도 많은 책이에요.

우선 실패한 사례에 대한 소개가 정말 부족합니다. 제대로 된 모방을 위한 요소와 단계, 모방할 모델이 가지고 있어야할 요소까지 소개하며 그것을 따라 성공한 사례에 대한 소개는 많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해 실패한 사례에 대해서는 매우 부족한 편이에요.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아는 이야기만 듣는 것 같고 모방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진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경영학과나 산업공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초급생의 과제용 도서 이상의 비전은 보여주지 못하는 거죠. 물론 앞서 이야기한 대상의 독자라면 한 학기 프로젝트를 메꿔줄 책은 될 거에요.

하지만 거꾸로 이야기한다면, 이미 필드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는 경영자나 대학생 졸업반에겐 크게 도움이 될 책은 아닌 것 같아요.

모방의 성공 사례로 살펴보는 경영입문서 이상의 가치는 책이 전달하지 못하네요.


껍데기 이야기

책 표지에 흉물스러운 금색 스티커가 붙어있어요. 아마존 재팬 경제경영 부문 1위라는 문구와 함께 말이지요.

너무 흉물스러워서 이 스티커는 보이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책 표지를 보면, 표지 자체는 예쁘게 만들었어요. 

사실 제가 이 책을 사서 읽은 것도 이 표지와 제목에 혹하기도 했구요.

아이폰과 갤럭시를 깔끔하게 표지에 올려두고 제목까지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라'라고 하면 IT 사례도 풍부할 것 같지만 IT 사례는 하나도 없어요. 제목에서 언급한 애플이야기도 없어요. 아이폰은 없더라도 IBM을 제대로 베껴서 애플컴퓨터에 들어간 훌륭한 GUI를 만들어낸 이야기는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일본 원서의 원제와 책표지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아마 우리 나라에서 이 책이 많이 팔리게 된다면 출판사인 시드페이퍼는 표지와 제목을 기획한 직원에게 금일봉 정도는 줘야할 거에요. 그 때 책을 편집한 직원도 함께 칭찬해주시구요.


주렁주렁 굴비

1) 픽사 이야기,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 출판, 2010

2) 정말 많은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그 중 국내 정식 출판된 읽고 싶은, 그리고 읽은 책들을 옮깁니다.

* 카피캣, 오데드 센카 지음, 이진원 옮김, 청림 출판, 2011

* 야마토 성공법, 오구라 마사오 지음, 박대용 옮김, 북스힐 출판, 2003 (책에선 오구라 마사오 경영학으로 소개)

*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김 성공신화, 하워드 슐츠 지음, 홍순명 옮김, 김영사 출판, 1999

* 팔지 말고 팔리게 하라, 토리바 히로미치 지음, 오경화 옮김, 코리아하우스콘텐츠 출판, 2011 (도토루 커피: 죽느냐 사느냐의 창업기로 소개)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지음, 정재곤 옮김, 세상사람들의책 출판, 2002 (무하마드 유누스 자서전으로 소개)

*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 노은아 옮김, 비즈니스맵 출판, 2011

   등등, 책에서 언급한 메타포를 활용하라나 현대 소피스트전 등의 책은 국내 정식 발매되진 않은 것 같아요.

Posted by MoonGoM


프랑켄슈타인

 메리 W. 셀리, 옮김 오숙은

출판 열린책들 


알맹이 이야기

고등학교 때 읽고난 후 잊고 있다가 여름이기도 하니 공포 소설로 피서나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다시 잡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오랜만에 읽고보니 정말 충격적인 부분이 많은 소설이었어요.


우선 생각보다 당시의 과학 사정이 잘 묘사되었어요. 특히 프랑켄슈타인이 관심을 가졌던 자연과학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특히 괴물을 만들면서 외과의적인 지식이 없어서 인간에 가깝게 괴물을 만들지는 못했다는 묘사를 보면서 섬세한 설정에 감탄을 했네요. 그러면서 프랑켄슈타인이 보여주었던 책임감이 빠져있는 맹목적인 과학지상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보여주고 있어 작가가 꽤 과학에 조예가 깊다고 느꼈는데, 작가가 이 글을 쓸 때엔 19살이었다는 역자 해설을 보고 나선 또 한 번 충격이었지요.


그리고  무섭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한 작가의 서문과는 달리, 괴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읽고 나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움베르토 에코의 추의 역사1)를 보면 프랑켄슈타인 속의 괴물은 추하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을 해요. 그도 그럴 것이 2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괴물을 보면, 그는 인정도 많고 사려가 깊으며 지식에 대한 호기심도 그리고 스스로 일군 지식의 깊이도 깊은 누가봐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과 단지 사람과는 다르게 생기고 무서운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변론의 기회도 없이 사회에 배척당했고, 같은 이유로 프랑켄슈타인에게도 버림받아야 했지요.

본디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나 죽었다가 살아난 존재에 대한 거부감은 근원적인 것인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테마의 생명을 주로 다루는 팀 버튼 감독의 작품들2)에선 캐릭터들이 많은 인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럼 정말 괴물이 사회와 자신의 창조주에게 버림받은 이유는 외모에서 오는 선입관을 넘지 못했다는 건데, 작품 내에서 내내 그가 원했던 건 깊은 지식도, 맛있는 음식도 아닌 작은 사랑과 이해였지만 단지 추한 외모때문에 그가 받아야 했던 당연한 권리와 사랑도 못받은 게 너무 슬펐어요. 어쩌면 프랑켄슈타인만이라도 그를 사랑해주었더라면 그가 덜 불행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불행하게 묘사되는 프랑켄슈타인이 안쓰럽기보다는 마땅한 벌을 받는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지금에야 발달된 과학과 예전과는 다른 감수성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을 공포소설의 고전으로 추천하기는 어려울 거에요. 하지만 오히려 과학이 많이 발달한 지금에서 보면 프랑켄슈타인은 책임감 없이 발전하는 과학이나, 편견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와 같이 사회적인 담론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런 담론 없이도, 프랑켄슈타인이란 인간의 몰락을 써내려가는 서사나 당시의 사회, 자연풍경을 묘사한 작가의 글만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고전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요.


껍데기 이야기

괴물이 표지에 그려져있는데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크게 위화감은 없지만 무척 독창적이네요.


주렁주렁 굴비

1) 추의 역사, 움베르토 에코 지음, 오숙음 옮김, 열린책들 출판, 2008

2) 프랑켄위니 Frankenweenie, 팀 버튼 감독, 위노나 라이더 출연, 2012

Posted by MoonGoM



쥐 1, 2권

글/그림 아트 슈피겔만, 옮김 권희종, 권희섭

출판 아름드리미디어 출판


알맹이 이야기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읽은 거였고, 그 후에 잊고 있다가 책을 구입한 건 2011년이었네요. 당시에 다시 읽고 쓴 독후감의 키워드는 '쥐'와 '비참함'으로 다룬 우리 나라의 이야기를 서툴게 남긴 글이였지만 사실 국내 정세는 그때나 2년이 지난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건 없으니 딱히 더 이야기할 것도 없어보이는군요.


홀로코스트는 제물이라는 말이거나 대참사를 뜻하지만 일반적으로 2차 대전 당시의 나치가 저지른 유태인 대학살을 일컫지요.

안네의 일기1)와 같은 문학이나 쉰들러 리스트2), 인생은 아름다워3), 피아니스트4)와 같은 영화들이 홀로코스트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서 가슴뭉클한 인류애와 서정성을 보여주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서정성으로 홀로코스트를 다루기보단 그 안의 비참함에 더 집중을 하고 있어요.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립항은 2쌍으로 '나치와 유태인'.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나치와 유태인은 책의 주 대립항으로 홀로코스트 당시의 비참함을 이야기합니다. 이 시기를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아버지를 이야기 함으로써 인류 전체가 광기에 미쳐있던 시절을 만화로 담아내지요.

그리고 이 시기가 아버지의 성격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를 보여주며 그런 아버지와 아들이 빚어내는 갈등이 한 쌍 더 있지요. 하지만 이 부자간의 갈등은 이 책에서 홀로코스터의 아픔을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버지에게서 듣는 이야기를 묘사하면서 잔인한 일련의 사건들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었을 대 부자간의 갈등이나 화해를 이야기함으로써 큰 긴장을 이완시키지요. 이렇게 긴장의 완급을 조절함으로써 문학과 같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문학같은 서사도 이유중에 하나이지만 이 작품이 가장 대단하고 놀라운 점은 만화라는 점입니다.

독일인을 고양이로, 유태인을 쥐로, 폴란드인을 돼지 그리고 미국인을 개로 표현하면서 당시의 역학관계를 심층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유태인인 사람들이 돼지 혹은 고양이의 가면을 쓰고 위기를 모면하는 컷들이 나올 때엔 그 기막힌 표현력에 감탄했어요.

그 뿐만 아니라 컷과 컷을 사용하는 방법도 간혹 실험적인 부분이 있어, 스토리 뿐만아니라 연출까지도 독자를 쥐락펴락하지요. 사실 아직 어떤 만화에서도 쥐에서 보여주었던 컷 연출만큼 공간감넘치고 독창적인 연출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용과 표현, 연출 모두 대단한 작품입니다. 만화의 한 컷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몇 줄의 대사나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어요.

촌철살인.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저 말보다 어울리는게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껍데기 이야기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은유는 책 안의 것을 그대로 쓴 것입니다. 그리고 원본의 표지를 그대로 사용했지요.

하지만 제목에 사용한 타이포그라피가 쪼금 마음에 안들어요.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우리 말로 쥐라고 바꾸었지만 살짝 싼 맛이 나는 건 이유를 알 수 없네요.

하지만 2권 말미에 실은 슈피겔만의 처녀작이나 작품에 대한 코멘트도 아주 충실해 출판사에서 이 작품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어요.


주렁주렁 굴비

1)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2) 쉰들러 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리암 니슨 주연, 1993

3) 인생은 아름다워,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주연, 1997

4)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 애이드리언 브로디 주연, 2002

Posted by MoonGoM



3월의 라이온 8권

글/그림 우미노 치카, 옮김 서현아

출판 시리얼


알맹이 이야기

4월달에 출판이 되었다던데 아직 모르고 있다가 왜 안나오지 검색해보니 이미 나왔었더군요.

그래서 냉큼 구매해왔습니다.

7권 끝 쯤부터 소야 명인과 레이의 대국으로 엄청 기대를 했지만 사실 8권의 백미는 야나기하라 기장과 시마다 8국의 대국이었네요. 모든 기술과 청춘을 바치고 세월이 흐른 후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모든게 불타버린 허허벌판이지 않는가를 걱정했지만 정말 끝까지 다다라보니 그 불타버린 대지 위에 온 사방이 푸른 빛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야나기하라 기장의 이야기를 보면서, 언젠간 저도 그 끝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허니와 클로버에서 부터 이전 7권까지를 보면서 우미노 치카 작가는 1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젊은 감성만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줄 알았는데 은퇴를 앞둔 노장년의 감성도 아주 인간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걸 보면서, 권수가 지날 수록, 작품이 지날 수록 사람 자체를 더욱 섬세하게 다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껍데기 이야기

표지는 야나기하라 기장입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건 세월을 의미하는 추상적인 묘사가 아니라 어깨끈이라는 은유적인 묘사입니다.

8권을 다시 한번 읽고나니 표지만 봐도 엄청 뭉클해지네요.


Posted by MoonG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