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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24 [킬링 조크 The Killing Joke] 정말 죽이는 농담


알맹이 이야기

팀 버튼의 배트맨1)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조커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지요. 강력한 악당이면서 포스트모던한 예술감각도 가지고 있고 여유와 재치가 있는,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악당의 범주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고 그 때문에 여전히 인기가 많은 악당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의 조커가 꼭 확실한 분수령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 이후로 배트맨 영화에서 나왔던 조커의 모습이 많이 굳어져 버린 것도 사실이고 히어로 무비에서 매력적인 악당의 역할이 주인공 만큼이나 중요해졌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그가 연기한 조커는 여유와 재치가 있어요. 그러면서도 배트맨에게 뒤지지 않는 강한 악당으로 그려집니다. 

그가 행하는 악행이 곧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자 즐거움 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2)에서 조커가 나온다고 했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팀 버튼과 잭 니콜슨이 만들어낸 조커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을 했습니다. 특히 히스 레저라는 유약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잭 니콜슨을 뛰어넘는 조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을 보였지요. 하지만 막상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히스 레저의 신들린 연기와 감독의 절묘한 편집이 더해져 조커가 나오지 않는 부분에서도, 아니 영화 전반적으로 그의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블록버스터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딛고 각종 영화매체에서 극찬을 받으며 영화의 표준을 높여버렸지요.



"그는 비뚫어진 사회 속에서 자란 혼돈이에요.그래서 논리적으로 대할 수가 없는 광기로 조커를 연기했지요.

히스의 조커는 알 수 없고 두려운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렇게 다크나이트의 조커 이야기를 꺼내는 건 조커에 대한 캐릭터 표현엔 서로 다른 면이 있지만 조커라는 캐릭터가 가진 행동 양식을 다크나이트와 킬링 조크가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조커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악당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염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타락하는 모습을 즐기는 특이한 악당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너무나 혼란해서 누구에게나 '사소한 불행'은 찾아올 수 있고 그런 일들을 견디려 하지 말고 함께 미쳐버리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만화속의 대사와, 광기는 중력과 같아 조금만 굴러갈 수 있도록 해주면 그 후부터는 알아서 속도가 붙는다는 영화 속의 대사는 두 작품에서 조커가 매우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지요.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대변해줄 누군가를 찾아 '사소한 불행'을 안겨주려고 합니다. 킬링 조크에서는 짐 고든에게 그리고 영화에서는 하비 덴트에게.



사소한 불행과 비뚫어진 사회는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같이 미쳐버릴 것인지, 

자신은 감시자임을 주장하며 신념을 지킬 것인지 선택하는 순간을 만듭니다.

덴트와 고든은 두 선택의 상징임과 동시에 조커와 배트맨의 대변인이기도 하지요


사소한 불행과 비뚫어진 사회는 사람들에게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같이 미쳐 버릴 것인지 아니면 감시자를 자청하며 신념을 지킬 것인지 선택하게 하지요. 

하비와 고든의 선택은 매우 달라요. 영화에서 하비는 조커가 만든 불행을 견디지 못하고 투 페이스가 되어버리지요. 세상이 불공정하고 미쳐버렸다는 걸 인정해버리고 그는 확률만이 가장 공정하다고 말하며 동전을 던지는 정신이상자가 되어버립니다. 물론 그 동전도 공정한 확률이 아닌 그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일그러진 확률을 대신하지요.

하지만 고든은 끝까지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고자 합니다. 아주 큰 불행과 좌절속에서도 배트맨에게 조커를 죽이지 말고 꼭 자신들의 방법으로 조커를 잡아오기를 부탁하지요.

이런 대조점에서 킬링 조크가 아주 죽여주는 부분은 조커와 배트맨의 두 캐릭터가 세상이 불공정하고 미쳐있다라는 명제를 인정하고 그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배트맨과 조커 사이에 우정과 연민이 흐르는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도 있었던 거지요. 불과 5분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여야할 듯이 싸우면서도 조커가 던진 농담에 서로 웃음을 주고 받는 엔딩이 가능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악당에게서 고담을 지키는 영웅과 고담에서 가장 무서운 악당이 서로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죽여주는 농담이 어디에 있을까요.


농담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길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척 짧은 편이지요. 브라이언 볼런드는 앨런 무어가 만든 이 짧고 완벽한 줄거리를 완벽하게 그림 위에 올려둡니다. 특히 색으로 내러티브를 변주하는 기술은 가히 예술이에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구도와 색을 절묘하게 이용하는 컷에서는 영화에서 나올법한 편집들 이상으로 감동을 전해줍니다. 색과 구도, 컷 사이의 연출이 매우 세련되어 대사가 아닌 그림에서도 문학적인 내러티브를 충분히 전달해 주고 있어요. 

완벽한 이야기와 완벽한 그림. 이정도면 가볍게 볼 만한 만화가 아니라 어느 하나 부족함없는마스터피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듯 합니다.


껍데기 이야기

원본의 표지를 그대로 써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드커버로 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좋은 종이로 책을 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책을 발매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주렁주렁 굴비

1) 배트맨 Batman, 팀 버튼 감독, 마이클 키튼, 잭 니콜슨 주연, 1989

2) 다크나이트 Dark Knight,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주연, 2008

Posted by MoonG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