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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출판 가나출판사


알맹이 이야기

총 5 편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1편에선 자본주의의 개요를, 2편에선 높은 금융 이해력이 필요하다는 말을합니다.

3편에선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 4편은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위기, 5편은 복지 자본주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2편과 3편은 약간 번외라는 느낌이 듭니다. 내용이 부실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구요.

1편과 4편, 5편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자본주의의 개요를 충실히 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선 이를 중심으로 풀어가보려고 합니다.


자본주의에서 물가는 수요와 공급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짜장면의 가격은 어릴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지요.

책에선 물가는 돈의 양을 따라가게 된다고 합니다.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요.

그럼 물가를 줄이기 위해선 돈의 양을 줄이면 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선 바로 이야기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결코 돈의 양을 줄일 수 없다구요. 

“물가를 줄여줄테니 당신의 월급도 함께 줄이자.”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요. 사회신뢰도 이전의 문제이기도 하구요.

이런 점에서 돈의 양은 절대 줄어들 수 없고, 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럼 돈은 계속 많아진다는데, 왜 내 손의 돈은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건 돈이 많아진다는 개념이 우리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에선 신용창조되는 돈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실제로 종이에 찍혀 나오는 돈은 많이 없지요. 통장, 카드, 주식 등 실제가 아닌 신용으로 거래되는 돈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자본주의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라는 말 보단 돈을 만들어내는 사회가 더 맞고, 그 한 복판엔 은행이 존재하지요.


사회의 통화량, 즉 돈의 양을 조절하는 곳은 중앙은행입니다. 중앙은행이 돈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기준금리를 통제하는 방법이지요. 은행대출의 기준금리를 이야기 합니다. 따라서 이자율이 낮으면 쉽게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중의 통화량이 증가하지요. 반대로 이자율이 높으면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중의 통화량이 감소합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돈을 찍어내는 것, 양적완화입니다.


앞서 물가가 오르는 건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아 돈의 가치가 떨어질 때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양적완화는 그 자체가 물가 상승의 주범인 것이지요. 그럼 양적완화를 하지 않는 다면 물가가 오를 일은 없겠지요?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은행이 존재하고 대출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양적완화는 피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거의 이 책의 핵심이라고 여겨집니다.


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은 총량이 있겠지요. 하지만 은행의 대출이자는 신용창출된 돈입니다. 현재의 돈이 아니지요. 때문에 이자를 포함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돈은 실제의 돈보다 항상 더 많습니다. 즉 이자에 해당하는 돈을 메꾸기 위해 은행은 돈을 계속 찍어내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선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따라오게 됩니다. 하지만 꼭 기억 해야하는 건 양적 팽창은 대출이자, 즉 빚으로 쌓아올렸다는 것입니다.


사회의 돈은 정해져 있고, 양적 팽창이 빚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걸 다시 기억해봅시다. 그렇다면 빚이 없는 사람, 혹은 부를 축적한 사람의 수와 동일하게 반대에 있는 누군가는 더 큰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대부분은 사회의 가장 약자들이며, 조금씩 빚이 있는 대다수의 시민들이지요.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돈은 곧 빚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냅니다.

그럼 문득 궁금해집니다. 자본주의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자본주의의 장점은 부와 수입의 증대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비록 그 돈이 빚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끝없이 돈과 부를 생산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만약 소비와 부 창출의 균형만 맞출 수만 있다면 장기적인 활력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복지자본주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그 곳에 있습니다. 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부의 상위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쓰는 것 보다는 부의 하위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돈을 쓸 때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가장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챙기며 그들과 함께 소비와 부의 생산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껍데기 이야기

책 표지에 있는 이미지와 “쉬지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란 문구는 사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보기엔 조금 지엽적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자본주의의 개요를 알려주는 경제 교양서라든지, 현대인의 바이블과 같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덜 자극적이긴 하네요.


주렁주렁 굴비

EBS 다큐프라임 제작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있습니다.

책보다는 영상을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Posted by MoonGoM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출판 생각의 길


알맹이 이야기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시나 소설같은 문학을 남길만한 재주는 없어 주로 감상문같은 수필을 남기지만, 

무엇이 되었든 글을 쓰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어요. 처음으로 읽은 유시민씨의 책인 '나의 한국현대사'1)를 읽었을 때엔 

내용만이 아니라 문체도 참 탁월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책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 꼭 읽어보길 권하는 책들, 예전에 자신이 썼거나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첨삭한 내용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도 마음에 크게 들어온 두 개의 구절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번 글을 풀어보려 합니다.


'누구든 글보단 말을 먼저 익힌다. 그러니 글을 쓸 때도, 번역을 할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2)

나름대로는 글을 쉽게 쓰고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종종 문장이 참 매끄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원인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그건 말로 읽었을 때 익숙하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던 거죠. 

문장을 단문으로 구성해라, 쓰기 어려운 한자어나 단어는 피해라라는 요령은 결국 이 맥락에 닿아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었을 때에도 자연스러워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말은, 

제게 모자란 글쓰기 소양이 무엇인지 꼭 가르쳐주었습니다.


다음 구절은 ‘취향고백과 주장을 반드시 구별하라’는 구절이었어요.

무엇이 취향인지 혹은 주장인지를 구별하는 방법은 근거가 객관적일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됩니다.

일을 하다보면 동료들과의 의견이 다를 때가 종종 있어요. 가끔은 의견 충돌이 감정 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죠. 

뒤돌아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서로 합의를 이루어야하는 취향의 문제인지, 

반드시 관철해야할 주장인지를 구별 못 해서였어요.

취향이 주장으로 바뀌면 공감할 수 없는 고집이 되어버리죠. 그런 고집은 구성원 모두를 힘들게 하구요.

아주 짧은 문장이지만 크게 반성하게 되었어요. 저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으로 이야기했지만 글 뿐만 아니라 말을 포함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꼭 필요한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유시민씨의 이전 책을 읽을 때에도 느꼈던 거지만 책이 참 쉽게 읽힙니다. 

저자 스스로가 문장을 단문으로 구성하고 읽기 편하게 글을 썼기 때문이겠죠.

글이 쉽게, 빠르게 읽히면 저절로 재밌다는 느낌도 듭니다.

만약 조만간 글을 쓸 일이 있다면, 그 전에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떠세요?


껍데기 이야기

구매 전에 걱정했던 건 책 표지에 녹색 레이어 위에 큼직하게 박혀있는 저자의 얼굴이었어요. 

유시민씨의 얼굴이 못생겼다는 게 아니라, 책에 저자의 얼굴이 큼직하게 박혀있는 건 부담스럽잖아요. 

거기다 저자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이라는 광고문구도 무언가 원색적이구요. 

다행히 띠지라서 벗겨낼 수 있고, 띠지만 벗겨내면 하얀색 커버에 깔끔한 일러스트의 표지만 남습니다. 

정말 다행이죠.


주렁주렁 굴비

1)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출판, 2014

2) 우리 글 바로 쓰기, 이오덕 지음, 한길사 출판, 2009

Posted by MoonGoM


책의 우주

 움베르토 에코, 장 클로드 카리에르, 옮김 임호경

출판 열린책들 


알맹이 이야기

책의 우주라는 제목이 조금 거창해보일진 몰라도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요.

원소에서 양자역학까지 다루고선 '거의 모든 것의 역사1)'라는 제목을 단 빌 브라이슨도 있으니까요.


움베르토와 카리에르가 나누는 책에 대해서 재미있는 대담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래서 책은 작고 글은 많이 길지 않지만 내용은 엄청나게 함축적이고 깊은 통찰이 드러나

구절 한줄 한줄에 발이 걸려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결코 빨리 읽어지는 책은 아니었어요.


이 책에선 모든 미디어 매체에 지각변동을 가져온 인터넷 등장 이후에 책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부터,

독서를 취미로 가지고 있거나 책을 수집하는 애독가, 장서가가 가지는 책의 의미,

그리고 예쁜 도서관이 가져야할 덕목이나 책에 메모하는 버릇에 대한 견해와 같은 사소한 잡담부터

지금 시대에 필요한 교육법이나 앎과 지식으로 구별되는 기억의 의미나 

움베르토가 좋아하는 바보짓에 대한 예찬2)과 같은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고찰,

인터넷이 해치고 있는 사회의 연속성이나 세계화의 의미 등 쉽게 지나가며 이야기하는 것 하나하나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알고 깊이 알아야 이런 대화를 쉽게쉽게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제가 저 위의 꼭지들 중 가장 재미있게 본 건 그냥 읽는 게 좋아서 책을 읽는 독서가의 이야기에요.

독서가 취미라고 이야기를 하면 뭔가 학구적인 이미지를 으레 상상하게 되지만

그냥 남들 조기축구를 하거나 술 한잔하는 거랑 똑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기 때문이죠.

독서를 통해서 글 한줄, 생각 하나라도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독서를 하는 분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저같은 불경한 애독가는 감히 독서가 취미라는 이야기도 잘 하지 못했지만 

그냥 책 읽는 게 좋아서 책을 읽는다는 저자들의 말은 커다란 공감이 되었어요.

문학적 건망증3) 이후로 제 독서 패턴에 대한 최고의 변명을 찾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껍데기 이야기

표지 오른쪽 안경쓰고 수염이 덮수룩한 아저씨가 에코, 왼쪽 이마가 훤한 아저씨가 장 클로드 카리에르에요.

책 제목 폰트그래픽부터 표지는 무척 예쁘고 책도 조금 작게 아기자기해요.

글이 조금 어렵긴 해도 책 자체의 분위기도 가벼운 대담을 이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책에 완벽한 표지라고 이야기하진 못해도 잘 맞는 표지라고는 이야기할 수 있을거에요.


주렁주렁 굴비

1)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출판, 2003

2)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출판, 2003

3)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출판, 2002

Posted by MoonGoM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라

 이노우에 다쓰히코, 옮김 김준균

출판 SEEDPAPER


알맹이 이야기

기술과 과학이 오래도록 축적되다보니 이제 독창성이라는 건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 축적된 것들을 얼마나 경우에 맞게 바꿔오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겟죠.

그래서 어떤 분야에서든 모방이 정말 중요하게 되었어요. 물론 모방과 표절은 간극이 있고, 특히 예술 분야에서 두 개념의 차이를 똑바로 구별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건 또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


이 책에서는 경영학에서 다루는 모방에 대한 개념과 방법론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책을 읽다보면 일본도서의 번역서임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꼼꼼한 개념 정의와 정리가 책을 무척 수월하게 읽게 해줍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 외에 장점이 참 많은 책이에요.

우선 성공한 모방에 대한 사례분석이 풍부합니다. 스타벅스와 도토루, 도요타, 구몬, 닌텐도 등 일본에 조금 편향되어 있긴 하지만 성공한 모방사례가 많은 건 분명히 이 책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내용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정말 깔끔하게 잘만들었어요. 활자의 자간이나 행간 여백, 중간 챕터의 구분과 디자인이 단순하고 보기 쉬워요. 특히 도형그래픽과 도표가 매우 깔끔해서, 책을 읽는 내내 책 내용보다는 책 자체를 정말 잘 만들었구나하는 감탄이 나왔어요. 이런 느낌은 픽사이야기1) 이후 처음이네요.

또한 풍부한 사례만큼 꼼꼼하게 작성한, 그리고 아주 읽어볼만한 다양한 레퍼런스2)도 이 책이 가지는 강점 중에 하나입니다.


옆으로 잠깐 이야기가 샜는데, 장점만큼 아쉬운 점도 많은 책이에요.

우선 실패한 사례에 대한 소개가 정말 부족합니다. 제대로 된 모방을 위한 요소와 단계, 모방할 모델이 가지고 있어야할 요소까지 소개하며 그것을 따라 성공한 사례에 대한 소개는 많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해 실패한 사례에 대해서는 매우 부족한 편이에요.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아는 이야기만 듣는 것 같고 모방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진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경영학과나 산업공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초급생의 과제용 도서 이상의 비전은 보여주지 못하는 거죠. 물론 앞서 이야기한 대상의 독자라면 한 학기 프로젝트를 메꿔줄 책은 될 거에요.

하지만 거꾸로 이야기한다면, 이미 필드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는 경영자나 대학생 졸업반에겐 크게 도움이 될 책은 아닌 것 같아요.

모방의 성공 사례로 살펴보는 경영입문서 이상의 가치는 책이 전달하지 못하네요.


껍데기 이야기

책 표지에 흉물스러운 금색 스티커가 붙어있어요. 아마존 재팬 경제경영 부문 1위라는 문구와 함께 말이지요.

너무 흉물스러워서 이 스티커는 보이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책 표지를 보면, 표지 자체는 예쁘게 만들었어요. 

사실 제가 이 책을 사서 읽은 것도 이 표지와 제목에 혹하기도 했구요.

아이폰과 갤럭시를 깔끔하게 표지에 올려두고 제목까지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라'라고 하면 IT 사례도 풍부할 것 같지만 IT 사례는 하나도 없어요. 제목에서 언급한 애플이야기도 없어요. 아이폰은 없더라도 IBM을 제대로 베껴서 애플컴퓨터에 들어간 훌륭한 GUI를 만들어낸 이야기는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일본 원서의 원제와 책표지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아마 우리 나라에서 이 책이 많이 팔리게 된다면 출판사인 시드페이퍼는 표지와 제목을 기획한 직원에게 금일봉 정도는 줘야할 거에요. 그 때 책을 편집한 직원도 함께 칭찬해주시구요.


주렁주렁 굴비

1) 픽사 이야기,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 출판, 2010

2) 정말 많은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그 중 국내 정식 출판된 읽고 싶은, 그리고 읽은 책들을 옮깁니다.

* 카피캣, 오데드 센카 지음, 이진원 옮김, 청림 출판, 2011

* 야마토 성공법, 오구라 마사오 지음, 박대용 옮김, 북스힐 출판, 2003 (책에선 오구라 마사오 경영학으로 소개)

*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김 성공신화, 하워드 슐츠 지음, 홍순명 옮김, 김영사 출판, 1999

* 팔지 말고 팔리게 하라, 토리바 히로미치 지음, 오경화 옮김, 코리아하우스콘텐츠 출판, 2011 (도토루 커피: 죽느냐 사느냐의 창업기로 소개)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지음, 정재곤 옮김, 세상사람들의책 출판, 2002 (무하마드 유누스 자서전으로 소개)

*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 노은아 옮김, 비즈니스맵 출판, 2011

   등등, 책에서 언급한 메타포를 활용하라나 현대 소피스트전 등의 책은 국내 정식 발매되진 않은 것 같아요.

Posted by MoonGoM


프랑켄슈타인

 메리 W. 셀리, 옮김 오숙은

출판 열린책들 


알맹이 이야기

고등학교 때 읽고난 후 잊고 있다가 여름이기도 하니 공포 소설로 피서나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다시 잡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오랜만에 읽고보니 정말 충격적인 부분이 많은 소설이었어요.


우선 생각보다 당시의 과학 사정이 잘 묘사되었어요. 특히 프랑켄슈타인이 관심을 가졌던 자연과학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특히 괴물을 만들면서 외과의적인 지식이 없어서 인간에 가깝게 괴물을 만들지는 못했다는 묘사를 보면서 섬세한 설정에 감탄을 했네요. 그러면서 프랑켄슈타인이 보여주었던 책임감이 빠져있는 맹목적인 과학지상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보여주고 있어 작가가 꽤 과학에 조예가 깊다고 느꼈는데, 작가가 이 글을 쓸 때엔 19살이었다는 역자 해설을 보고 나선 또 한 번 충격이었지요.


그리고  무섭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한 작가의 서문과는 달리, 괴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읽고 나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움베르토 에코의 추의 역사1)를 보면 프랑켄슈타인 속의 괴물은 추하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을 해요. 그도 그럴 것이 2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괴물을 보면, 그는 인정도 많고 사려가 깊으며 지식에 대한 호기심도 그리고 스스로 일군 지식의 깊이도 깊은 누가봐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과 단지 사람과는 다르게 생기고 무서운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변론의 기회도 없이 사회에 배척당했고, 같은 이유로 프랑켄슈타인에게도 버림받아야 했지요.

본디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나 죽었다가 살아난 존재에 대한 거부감은 근원적인 것인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테마의 생명을 주로 다루는 팀 버튼 감독의 작품들2)에선 캐릭터들이 많은 인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럼 정말 괴물이 사회와 자신의 창조주에게 버림받은 이유는 외모에서 오는 선입관을 넘지 못했다는 건데, 작품 내에서 내내 그가 원했던 건 깊은 지식도, 맛있는 음식도 아닌 작은 사랑과 이해였지만 단지 추한 외모때문에 그가 받아야 했던 당연한 권리와 사랑도 못받은 게 너무 슬펐어요. 어쩌면 프랑켄슈타인만이라도 그를 사랑해주었더라면 그가 덜 불행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불행하게 묘사되는 프랑켄슈타인이 안쓰럽기보다는 마땅한 벌을 받는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지금에야 발달된 과학과 예전과는 다른 감수성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을 공포소설의 고전으로 추천하기는 어려울 거에요. 하지만 오히려 과학이 많이 발달한 지금에서 보면 프랑켄슈타인은 책임감 없이 발전하는 과학이나, 편견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와 같이 사회적인 담론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런 담론 없이도, 프랑켄슈타인이란 인간의 몰락을 써내려가는 서사나 당시의 사회, 자연풍경을 묘사한 작가의 글만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고전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요.


껍데기 이야기

괴물이 표지에 그려져있는데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크게 위화감은 없지만 무척 독창적이네요.


주렁주렁 굴비

1) 추의 역사, 움베르토 에코 지음, 오숙음 옮김, 열린책들 출판, 2008

2) 프랑켄위니 Frankenweenie, 팀 버튼 감독, 위노나 라이더 출연, 2012

Posted by MoonGoM



쥐 1, 2권

글/그림 아트 슈피겔만, 옮김 권희종, 권희섭

출판 아름드리미디어 출판


알맹이 이야기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읽은 거였고, 그 후에 잊고 있다가 책을 구입한 건 2011년이었네요. 당시에 다시 읽고 쓴 독후감의 키워드는 '쥐'와 '비참함'으로 다룬 우리 나라의 이야기를 서툴게 남긴 글이였지만 사실 국내 정세는 그때나 2년이 지난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건 없으니 딱히 더 이야기할 것도 없어보이는군요.


홀로코스트는 제물이라는 말이거나 대참사를 뜻하지만 일반적으로 2차 대전 당시의 나치가 저지른 유태인 대학살을 일컫지요.

안네의 일기1)와 같은 문학이나 쉰들러 리스트2), 인생은 아름다워3), 피아니스트4)와 같은 영화들이 홀로코스트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서 가슴뭉클한 인류애와 서정성을 보여주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서정성으로 홀로코스트를 다루기보단 그 안의 비참함에 더 집중을 하고 있어요.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립항은 2쌍으로 '나치와 유태인'.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나치와 유태인은 책의 주 대립항으로 홀로코스트 당시의 비참함을 이야기합니다. 이 시기를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아버지를 이야기 함으로써 인류 전체가 광기에 미쳐있던 시절을 만화로 담아내지요.

그리고 이 시기가 아버지의 성격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를 보여주며 그런 아버지와 아들이 빚어내는 갈등이 한 쌍 더 있지요. 하지만 이 부자간의 갈등은 이 책에서 홀로코스터의 아픔을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버지에게서 듣는 이야기를 묘사하면서 잔인한 일련의 사건들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었을 대 부자간의 갈등이나 화해를 이야기함으로써 큰 긴장을 이완시키지요. 이렇게 긴장의 완급을 조절함으로써 문학과 같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문학같은 서사도 이유중에 하나이지만 이 작품이 가장 대단하고 놀라운 점은 만화라는 점입니다.

독일인을 고양이로, 유태인을 쥐로, 폴란드인을 돼지 그리고 미국인을 개로 표현하면서 당시의 역학관계를 심층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유태인인 사람들이 돼지 혹은 고양이의 가면을 쓰고 위기를 모면하는 컷들이 나올 때엔 그 기막힌 표현력에 감탄했어요.

그 뿐만 아니라 컷과 컷을 사용하는 방법도 간혹 실험적인 부분이 있어, 스토리 뿐만아니라 연출까지도 독자를 쥐락펴락하지요. 사실 아직 어떤 만화에서도 쥐에서 보여주었던 컷 연출만큼 공간감넘치고 독창적인 연출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용과 표현, 연출 모두 대단한 작품입니다. 만화의 한 컷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몇 줄의 대사나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어요.

촌철살인.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저 말보다 어울리는게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껍데기 이야기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은유는 책 안의 것을 그대로 쓴 것입니다. 그리고 원본의 표지를 그대로 사용했지요.

하지만 제목에 사용한 타이포그라피가 쪼금 마음에 안들어요.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우리 말로 쥐라고 바꾸었지만 살짝 싼 맛이 나는 건 이유를 알 수 없네요.

하지만 2권 말미에 실은 슈피겔만의 처녀작이나 작품에 대한 코멘트도 아주 충실해 출판사에서 이 작품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어요.


주렁주렁 굴비

1)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2) 쉰들러 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리암 니슨 주연, 1993

3) 인생은 아름다워,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주연, 1997

4)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 애이드리언 브로디 주연, 2002

Posted by MoonGoM



3월의 라이온 8권

글/그림 우미노 치카, 옮김 서현아

출판 시리얼


알맹이 이야기

4월달에 출판이 되었다던데 아직 모르고 있다가 왜 안나오지 검색해보니 이미 나왔었더군요.

그래서 냉큼 구매해왔습니다.

7권 끝 쯤부터 소야 명인과 레이의 대국으로 엄청 기대를 했지만 사실 8권의 백미는 야나기하라 기장과 시마다 8국의 대국이었네요. 모든 기술과 청춘을 바치고 세월이 흐른 후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모든게 불타버린 허허벌판이지 않는가를 걱정했지만 정말 끝까지 다다라보니 그 불타버린 대지 위에 온 사방이 푸른 빛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야나기하라 기장의 이야기를 보면서, 언젠간 저도 그 끝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허니와 클로버에서 부터 이전 7권까지를 보면서 우미노 치카 작가는 1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젊은 감성만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줄 알았는데 은퇴를 앞둔 노장년의 감성도 아주 인간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걸 보면서, 권수가 지날 수록, 작품이 지날 수록 사람 자체를 더욱 섬세하게 다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껍데기 이야기

표지는 야나기하라 기장입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건 세월을 의미하는 추상적인 묘사가 아니라 어깨끈이라는 은유적인 묘사입니다.

8권을 다시 한번 읽고나니 표지만 봐도 엄청 뭉클해지네요.


Posted by MoonGoM


알맹이 이야기

팀 버튼의 배트맨1)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조커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지요. 강력한 악당이면서 포스트모던한 예술감각도 가지고 있고 여유와 재치가 있는,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악당의 범주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고 그 때문에 여전히 인기가 많은 악당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의 조커가 꼭 확실한 분수령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 이후로 배트맨 영화에서 나왔던 조커의 모습이 많이 굳어져 버린 것도 사실이고 히어로 무비에서 매력적인 악당의 역할이 주인공 만큼이나 중요해졌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그가 연기한 조커는 여유와 재치가 있어요. 그러면서도 배트맨에게 뒤지지 않는 강한 악당으로 그려집니다. 

그가 행하는 악행이 곧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자 즐거움 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2)에서 조커가 나온다고 했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팀 버튼과 잭 니콜슨이 만들어낸 조커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을 했습니다. 특히 히스 레저라는 유약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잭 니콜슨을 뛰어넘는 조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을 보였지요. 하지만 막상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히스 레저의 신들린 연기와 감독의 절묘한 편집이 더해져 조커가 나오지 않는 부분에서도, 아니 영화 전반적으로 그의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블록버스터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딛고 각종 영화매체에서 극찬을 받으며 영화의 표준을 높여버렸지요.



"그는 비뚫어진 사회 속에서 자란 혼돈이에요.그래서 논리적으로 대할 수가 없는 광기로 조커를 연기했지요.

히스의 조커는 알 수 없고 두려운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렇게 다크나이트의 조커 이야기를 꺼내는 건 조커에 대한 캐릭터 표현엔 서로 다른 면이 있지만 조커라는 캐릭터가 가진 행동 양식을 다크나이트와 킬링 조크가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조커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악당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염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타락하는 모습을 즐기는 특이한 악당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너무나 혼란해서 누구에게나 '사소한 불행'은 찾아올 수 있고 그런 일들을 견디려 하지 말고 함께 미쳐버리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만화속의 대사와, 광기는 중력과 같아 조금만 굴러갈 수 있도록 해주면 그 후부터는 알아서 속도가 붙는다는 영화 속의 대사는 두 작품에서 조커가 매우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지요.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대변해줄 누군가를 찾아 '사소한 불행'을 안겨주려고 합니다. 킬링 조크에서는 짐 고든에게 그리고 영화에서는 하비 덴트에게.



사소한 불행과 비뚫어진 사회는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같이 미쳐버릴 것인지, 

자신은 감시자임을 주장하며 신념을 지킬 것인지 선택하는 순간을 만듭니다.

덴트와 고든은 두 선택의 상징임과 동시에 조커와 배트맨의 대변인이기도 하지요


사소한 불행과 비뚫어진 사회는 사람들에게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같이 미쳐 버릴 것인지 아니면 감시자를 자청하며 신념을 지킬 것인지 선택하게 하지요. 

하비와 고든의 선택은 매우 달라요. 영화에서 하비는 조커가 만든 불행을 견디지 못하고 투 페이스가 되어버리지요. 세상이 불공정하고 미쳐버렸다는 걸 인정해버리고 그는 확률만이 가장 공정하다고 말하며 동전을 던지는 정신이상자가 되어버립니다. 물론 그 동전도 공정한 확률이 아닌 그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일그러진 확률을 대신하지요.

하지만 고든은 끝까지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고자 합니다. 아주 큰 불행과 좌절속에서도 배트맨에게 조커를 죽이지 말고 꼭 자신들의 방법으로 조커를 잡아오기를 부탁하지요.

이런 대조점에서 킬링 조크가 아주 죽여주는 부분은 조커와 배트맨의 두 캐릭터가 세상이 불공정하고 미쳐있다라는 명제를 인정하고 그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배트맨과 조커 사이에 우정과 연민이 흐르는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도 있었던 거지요. 불과 5분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여야할 듯이 싸우면서도 조커가 던진 농담에 서로 웃음을 주고 받는 엔딩이 가능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악당에게서 고담을 지키는 영웅과 고담에서 가장 무서운 악당이 서로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죽여주는 농담이 어디에 있을까요.


농담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길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척 짧은 편이지요. 브라이언 볼런드는 앨런 무어가 만든 이 짧고 완벽한 줄거리를 완벽하게 그림 위에 올려둡니다. 특히 색으로 내러티브를 변주하는 기술은 가히 예술이에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구도와 색을 절묘하게 이용하는 컷에서는 영화에서 나올법한 편집들 이상으로 감동을 전해줍니다. 색과 구도, 컷 사이의 연출이 매우 세련되어 대사가 아닌 그림에서도 문학적인 내러티브를 충분히 전달해 주고 있어요. 

완벽한 이야기와 완벽한 그림. 이정도면 가볍게 볼 만한 만화가 아니라 어느 하나 부족함없는마스터피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듯 합니다.


껍데기 이야기

원본의 표지를 그대로 써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드커버로 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좋은 종이로 책을 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책을 발매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주렁주렁 굴비

1) 배트맨 Batman, 팀 버튼 감독, 마이클 키튼, 잭 니콜슨 주연, 1989

2) 다크나이트 Dark Knight,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주연,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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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이야기

미국의 인디언 토벌에서부터 스페인 내적 개입까지의 긴 전쟁이야기가 주 배경입니다. 하지만 전쟁을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 독특한데, 전쟁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서 별거 아닌 듯이 묘사하지만 전쟁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의 비인간적인 모습은 놓치지 않아요. 미국은 정의의 편이고 인디언이나 스페인은 악당이라는 전제가 아닌, 전쟁 때문에 고통받는 약자들과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불합리만을 보여줍니다. 

주인공들이 전쟁안팎으로 겪어야 하는 내적 고민과 외적 갈등을 더욱 집중하는 데 전쟁이라는 배경을 이용하면서도, 전쟁이 가지고 있는 비인류적인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는 게 이 책이 꼭 읽어야하는 고전으로 손 꼽히게 해주는 듯 합니다.


살리나스 계곡의 모든 사람들은 적어도 하나 쯤 모자란 것이 있어요. 누군가는 애정이 결핍되었거나 경제적으로 부족하거나, 양심이나 도덕성이 부족하지요. 그런 결핍으로 심한 비참을 느끼기도 하거나 자살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런 필연적인 결핍은 인간의 원죄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원죄를 가지고 있고 그 원죄는 인간이 피할수 없는 결핍을 만들지요.

하지만 그 원죄는 우리 세대 이전의 아버지, 아버지의 그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를 타고 넘어왔던 것이라 죄의 시작은 우리가 아니며, 피할 수 없는 결핍이라도 스스로 메꾸어 나갈 수 있다고 책은 이야기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원죄 역시 운명적으로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짓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주지요.

이 모든 이야기를 압축한 팀셸이라는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에요. 팀셸, '너는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원죄도 구원도 스스로 선택해서 스스로 구하는 것이라고 말하지요.


무언가 하나 쯤 아프고 부족해도 구원과 희망 역시 자기 손으로 만들어가는 거란 말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껍데기 이야기

민음사는 책 옆 표지를 작가 사진과 제목으로 통일 시키고 있어요. 신간이 꾸준히 나오는 중이라고 해도 100여권이 는 전질에 이런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건 무척이나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디자인 센스가 나쁘지 않거든요.

이 책을 각본으로 한 영화1)는 보지 못했지만 제임스 딘이 출연 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그의 얼굴이나 사진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책 표지에 있는 사람이 제임스 딘이라는 건 한 눈에 알 수 있었지요. 그가 과연 누구를 연기했을 지를 찾는 재미도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엿어요. 1권과 2권 반 쯤까지는 그가 애덤을 연기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봤지만, 다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가 연기 할 사람은 역시 칼렙 밖에 없었을 것 같네요.



주렁주렁 굴비

1) 에덴의 동쪽 East of Eden, 엘리아 카잔 감독, 제임스 딘 주연,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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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이야기

[세상의 신비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면서 종교는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그건 과학의 몫이다. 비앵브뉘 각하는 세상의 신비보다는 신이 미처 다 돌보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1)에서 나오는 비앵브뉘 주교에 관한 구절입니다. 하느님의 사명이라 믿으며 착하게 살아온 이 순박한 사람을 보면서 각하는 종교를 믿어서 선하게 살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종교를 믿지 않았어도 똑같이 살았을까 고민해본 적이 있어요.

위의 이야기처럼 종교는 도덕의 배경인 것일까요. 만들어진 신을 읽어보자고 결심한 이유는 이런 궁금증에 대해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궁금해서였습니다.


이 책은 안팎으로 종교를 맹비난해요. 안으로는 다윈주의를 기반으로 종교적 논리가 가지는 불합리와 비논리를 지적하고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종교적 믿음에 대해 일관적이지 못한 선택들을 비난합니다. 밖으로는 아이들에게 가학적으로 미치는 종교적 영향이나 지적설계가 가지는 과학적 병폐, 종교가 가져가버린 많은 기회비용들을 예로 들며 종교가 끼쳐온 악영향들을 말해요. 그리고 종교라는 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길 꼭 당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신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참 재미있겠지만 이번 만큼은 앞서 이야기 했던 종교와 도덕에 관해서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선 종교와 도덕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있거든요.


저자는 도덕의 기원도 다윈주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을 해요. 물론 자연선택이라고 하면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 면모만 강조되어, 경쟁과 욕망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뉘앙스가 강해 우리가 지닌 도덕에 대한 이유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과감하게 인간은 생존 전략 중의 하나로 이타적인 면모를 선택했다고 이야기를 하지요.2)

우선 친족 이타주의를 찾아볼 수 있어요.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한 도덕인 것이죠. 두 번째로는 호혜적 이타주의, 즉 공생이에요. 필요와 충족을 위한 일종의 거래인데 능력의 상호교환에서 서로 돕고 도움 받는 모습이 나오는 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평판 획득입니다.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평판을 획득하면서 자연선택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 말해요. 네 번째로는 베품을 통해서 과시적인 관대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죠.

전체적으로 매우 반론을 들고 싶고, 반론이 많은 주장이에요. 하지만 저자 역시 인지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요. 그래서 저자는 논지를 더욱 발전시켜 다윈주의의 실수로서의 도덕을 말합니다.3)

원시시대 때부터 조건적으로 이루어지던 일차원적인, 그러니까 무조건적인 도덕의 모습이 아직까지 유전적 부산물로 남아있다는 거에요. 종족보존을 위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욕구인 성욕을 예로 들며, 피임이나 불임이라는 조건으로 종족보존이라는 원래의 조건이 빠져도 성욕 자체는 남이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서 이야기한 다윈주의의 조건들이 빠져도 도덕이 남아있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실제로 착한 사람이란 자신의 이기를 위해 선함을 베푸는 것이고, 그조차 아니라면 그는 인류가 아주 다행이도 하나 빠뜨려놓은 나사덕분에 착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요. 책 전체에 걸쳐 여러가지 사례와 연구를 이야기하면서 도덕이 종교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전해주고 있지요.


그게 좀 지나쳐서 비단 종교에서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도덕에 관해서 너무 매몰찬 시각을 제시하기 때문에 확실히 낭만은 많이 부족해지네요.

좋은 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디가서 한 번 읽어보라는 추천을 하기엔 꺼려집니다. 저자가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어서 조금은 극단적인 면들도 있기 때문에요. 하지만 그 덕분에 읽기는 쉽고 논지가 항상 뚜렷해서, 유신론이나 무신론을 떠나서 한 번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껍데기 이야기

원제는 The God Delusion입니다. 정직하게 번역을 했다면 '신이라는 착각'정도로 할 수 있겠지만 '만들어진 신'이라는 제목은 정말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책 내용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훨씬 품위가 있어보이거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 디자인은 조금 아쉬운 편이에요. 깔끔하기는 해도 제목만큼의 품위는 담지 못한 것 같아서요.



주렁주렁 굴비

1)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지음, 방곤 옮김, 범우사 출판

2)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출판

3) 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출판

Posted by MoonGoM